일상다반사
점심메뉴 정할때마다 죽고싶습니다..
꿀 곰
2010. 9. 3. 09:00
http://www.flickr.com/photos/shawnecono
항상 점심시간마다 메뉴선택 때문에 힘들어하는 저희들에게 방법을 알려주실분이 있으면 답글좀 달아주세요.
아주 그냥, 점심시간마다 지옥이 따로 없습니다.
이 이야기는 다소 과장되거나 지나치게 날카롭게 서로를 비판할수 있으니 미리 양해부탁드립니다.
내가 뭘 먹는지 묻지좀 말아줄래?친구들이랑 함께 식당에 앉아서도 점심식사를 결정못하는 우리.. 누구 한명이라도 "된장먹어!" 이러면 그냥 다들 먹을텐데, 이걸 리더쉽이라고 해야할까요? 4명중 어느누구도 그런 이야기를 하지 않습니다. 신기한건 아무도 답답해하지도 않습니다. 오히려 그 순간을 즐기는 것 처럼 보입니다. 이때 자주 나오는 이야기가 바로 "넌 뭐 먹을건데?" 입니다.
사실 저는 이 이야기를 들으면 대체 뭘 이야기해줘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저는 아직 결정을 못했는데 제가 시키는걸 보고 본인들도 메뉴를 정하겠다고 합니다. 충격적인 사실은 저도 다른 사람들이 정하는 메뉴를 보고 정할려고 기다리고 있는겁니다. 된장과 김치찌게, 자장면과 짬뽕, 만두라면과 떡라면.. 이대로라면 내일 점심시간까지 결정할 기세입니다.
보다 못해 제가 한마디 했습니다. "난 된장찌게 먹을께. 니들은 뭐 먹을래?"
제 이야기를 들은 친구.. 그 옆 친구에게 묻습니다. "꿀곰은 된장먹는다네, 그럼 넌 뭐 먹을건데?"
4명이 앉아서 서로 옆으로 돌아보면서 이걸 묻고 있습니다. 이 자식들.. 정말 지독한 녀석임이 틀림없습니다. 이미 내가 정한 된장은 마음에 안들었나 봅니다. 된장 이야기만 쏙 빼고 다시 무한반복 됩니다.
A : "넌 뭐먹을거야?"
B : "그럼 넌 뭐먹을거야?"
C : "그럼..너는 뭐먹을거야?"
D : "글쎄.. 넌 뭐먹을거야?"
A : "잘 모르겠어. 뭐먹지?"
B : "얼른 정해, 너 뭐먹을꺼야?"
C : "난 아무거나 먹지뭐."
D : "뭐 먹으면 잘 먹었다고 동네방네 소문이 날까?"
도대체 누가 해답은 "정식"이라 했던가.점심을 먹을때마다 고민을 하다보니, 우리는 기발한 아이디어를 생각해냈습니다. 바로 매일매일 점심이 바뀌는 "정식메뉴"였습니다. 이것은 분명 이집트의 수레바퀴보다 더 충격적인 아이디어가 아닐수 없습니다. 모두가 한마음이 되어 "그래 정식먹자" 라고 이야기를 하니 기쁘기 더할나위 없습니다. 부푼가슴을 안고, 식당으로 향했습니다.
오늘의 정식메뉴 <시레기국*> * 대구에서는 시레국을 씨레기국이라고 발음하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국이기도 하고, 오늘은 메뉴를 정할 필요가 없기 때문에 곧바로 주문을 합니다. "이모~ 여기 정식 네개요~" 그대 두 친구가 동시에 이야기 합니다. "야, 잠깐만! 그 국 나 싫어해." "아~ 나는 시레국이 뭔지를 몰라~" 하는 수 없습니다. 저랑 나머지 한 친구만 정식을 먹고, 나머지 두 친구는 메뉴를 정해서 먹기로 합니다.
또 시작입니다. 두사람만의 점심 뫼비우스의 띠.
C : "넌 뭐먹을거야?"
D : "너랑 같은거 먹지뭐~ 너 뭐먹을래?"
C : "글쎄.. 뭐먹지?"
D : "같은거 시키자!"
C : "그래 그러자! 뭐시킬까?"
D : "글쎄.. 너 뭐먹고 싶어?"
난 너랑 같은거~가끔 친구들이 점심시간을 지키지 못할때가 있지요. 그럴땐 전화로 상냥하게 물어본뒤에 주문을 대신 해놓습니다. 뭘 먹을지 전화상으로 물어보고 미리 시켜놓으면 친구가 와서 먹기만 하면 되니까요~ 여기까지는 좋은 생각이긴 한데, 전화를 하면 끊지를 못합니다. 전화상으로도 무한 메뉴정하기 루프가 걸리거든요. 그럴때 필살기가 바로 "난 너랑 같은거~" 입니다.
전화를 끊고 나면, 이제 나머지 3명이 메뉴를 정하게 됩니다. 오늘은 비도오고 하니, 라면국물이 좀 땡기는군요. 3명이서 왠일로 만장일치로 라면을 시킵니다. 그리고 아직 못 온 친구를 위해 라면 하나를 더 추가로 시켜놨습니다. 그렇게 세명이서 즐거운 이야기를 나누며 먹다보니 어느세 라면 그릇은 바닥을 보이기 시작하면서.. 늦는다던 친구가 슬슬 걱정이 되기 시작했습니다.
바로 그때, 도착한 친구! 오자마자 한마디 합니다.
"아 뭐야! 라면 시켰어????? 아... 라면 싫은데.."
뭐 이런 레알 마드리드 같은 녀석이 다 있을까요? 나랑 같은걸 시키라고 시켰더니만 오자마자 화부터 냅니다. 그럴거면 지가 와서 지가 먹고 싶은걸 시키지 왜 같은걸 시키라고 해서 저를 곤란하게 만드는 걸까요.
다음에 또 이런 부탁을 하면 식탁위에 똥자루를 가져다 놓아야겠습니다.
나랑 같은거 시키라고 해서 시켰고, 나는 이미 다 먹었다고.. 너만 맛있게 먹으면 된다고 말입니다.
우리는 왜이렇게 힘들게 살까?참 피곤한 친구들인것 같습니다. 너무 친해서 늘 붙어다니고, 또 마음이 잘 맞는다곤 하지만 밥먹을때 만큼은 의견이 잘 맞지가 않더군요. 근데 또 가만 생각해보면 의견이 안맞다기 보다는 밥 결정력이 뛰어난 사람이 없다고도 볼 수 있습니다. 그래서 이번에는 한 사람이 결정을 하면 무조건 그걸 먹기로 했습니다. 하루 한명씩 선택하는 것이고, 그것에 대해 반박할 수 없다는 이상한 규칙을 만들었습니다. 내일부터 한번 두고봐야겠습니다. 이 결정이 얼마나 탁월했는지 말입니다.
한가지의 방법을 만들기는 했습니다만..
더 좋은 방법은 없을까요?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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